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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크기 고르는 법— 손님은 한 달에 한 번, 진짜 문제는 주방 동선

식탁 크기 고르는 법— 손님은 한 달에 한 번, 진짜 문제는 주방 동선 아일랜드와 식탁, 높이부터 다시 보면 답이 나옵니다 식탁을 고를 때 우리는 보통 '몇 인용이 좋을까' 라는 생각부터 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식탁에 매일 앉는 인원과, 손님을 위해 필요한 인원은 전혀 다른 숫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4050 주방이 ' 언젠가 올 손님'을 상정해 180m가 넘는 대형 식탁을 들이고, 여기에 마주 보는 아일랜드까지 나란히 배치합니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 매일 가족이 지나다녀야 할 통로가 좁아지면서 주방이 마음을 보듬는 곳이 아니라 걸을 때마다 몸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좀 성가신 현장으로 바뀐다는 것 입니다. 이 글에서는 매일의 실용과 가끔의 접대를 명확히 구별하는 가구 선택 기준을 알려드립니다 . 기존의 비움 콘텐츠가 단순히 "가구를 버리라"고 조언했다면, 본 글에서는 인체 공학적 치수 센티미터(cm)를 바탕으로 내 집 평 수에 꼭 맞는 식탁 크기 선택과 아일랜드 동선 재배치 공식을 공개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새로 가구를 사지 않고도 지금 우리 집 주방의 막힌 동선을 풀고 식탁을  진짜 쉬는 자리로 되돌리며 소셜 라운지로 바꾸는 방법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 아일랜드와 식탁, 높이부터 다른 두 가구입니다 식탁과 아일랜드 상판이 서로 다른 높이로 병렬로 배치되어 있다면 주방 공간의 최소 30%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구의 높이가 애초에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나 싱크대는 서서 조리 하기 편한 85~90cm, 식탁은 앉아서 먹기 편한 72~75cm로 설계 됩니다. 높이가 다른 두 개의 큰 구조물이 좁은 주방에 나란히 놓이면 조리 공간과 식사 공간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시선이 끊기면서 실제보다 훨씬 좁아 보이는 착시까지 생깁니다. 실제 인체 공학 기준으로 보면, 사람이 음식을 나르거나 서랍을 여닫을 때 필요한 최소 통로 폭은 90cm, ...

사지 않고도 매일 새로워지는 법 : '마이크로 존' 기분 갈아타기

 사지 않고도 매일 새로워지는 법 : '마이크로 존' 기분 갈아타기 픽셀 라이프와 마이크로 존으로 만드는 짧은 시간의 새로운 집 경험 지난 글에서는 가격과 효율보다 나의 감정을 먼저 돌보는 소비, ‘필코노미(Feelconomy)’를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물건 하나에 깊이 정착하고, 그 취향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은 4050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좋은 시작입니다. 하지만 감정을 돌보기 위해 계속 물건을 사서 채울 수는 없습니다 . 마음에 드는 소품과 의자, 조명과 패브릭을 하나 씩 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집은 취향의 공간이 아니라 물건을 관리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코노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 “물건을 계속 사지 않고도, 집에서 좋은 기분을 오래 누릴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주목할 개념이 ‘픽셀 라이프(Pixel Life)’ 입니다. 픽셀 라이프는 하나의 선택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작고 가벼운 경험을 자주 바꾸며 일상을 새롭게 느끼는 생활 방식입니다 . 여기서 단순히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익숙한 공간과 물건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그날의 기분과 필요에 따라 새롭게 바라보고 느끼며 경험한다는 의미입니다.  필코노미가 하나의 물건에 깊이 정착하는 소비라면, 픽셀 라이프는 소유의 무게를 줄이고 경험의 빈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두 개념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잘 어울립니다. 필코노미가 집의 중심과 정체성을 잡아준다면, 픽셀 라이프는 익숙한 공간에 작은 환기와 변화를 더합니다 . 하나를 깊게 사랑하는 마음과 자주 가볍게 바꾸는 시각적 즐거움이 함께 있을 때, 집은 안정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공간이 됩니다. 또한 가성비 있는 공간의 주도적 변화는 작은 감각을 키우는 경제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하루가 조각날수록 필요한 ‘10분의 자리’ 픽셀 라이프는 소비 방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커피가 내려오기까지...

필코노미로 바뀐 4050의 집 소비 기준

  필코노미로 바뀐 4050의 집 소비 기준 가성비 보다는 가심비, 쓸모보다 마음을 채우는 소비 하나가 삶을 바꾸는 이유 몇 달 전, 오랫동안 눈여겨보던 스윙 체어 를 하나 들였습니다. 360도로 부드럽게 돌아가는 1인용 회전 소파 인데, 거실 동선을 따져보면 딱 이 자리다 하기도 애매하고 사실 매일 앉는 것도 아니에요. 효율만 따지면 절대 사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 그런데 그 의자에 앉아 몸을 살짝 돌리고 있으면 이상하게 자유롭고 하루의 긴장이 스르르 풀립니다. 쓸모는 별로 없는데, 마음은 확실히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 예전 같으면 저조차도 이런 소비를 "충동 구매"라고 불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꼽은 소비 키워드 중 '필코노미(Feelconomy)' 라는 게 있어요. 감정(feeling)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가격이나 효율보다 자신의 감정을 먼저 챙기는 소비를 뜻합니다 . 실용성 계산기를 잠시 내려놓고, " 이게 나를 편안하게 하는가"를 소비의 첫 번째 기준 으로 삼는 감성 우위와 감정적 명분이 먼저인 태도입니다. 우리는 왜 이제야 이런 소비를 시작했을까 돌아보면 4050은 오랫동안 '효율'이라는 잣대로만 가성 비를 우선시하는 소비 를 주로 해왔습니다. 아이 학원비, 대출 이자, 부모님 병원비 앞에서 나를 위한 소비는 늘 뒷전 으로 밀렸고, 뭔 가를 사더라도 "이게 진짜 필요한가"를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되물었죠. 그런데 자녀가 자라 독립하기도 하고, 부모로서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이 시기에 이르러 서야, 처음으로 "이게 필요한가"가 아니라 이상하게 자석처럼 끌리면서 "이게 나를 기쁘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필코노미는 그래서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오랫동안 유예해온 감정의 지불 물품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살...

TV 없는 거실, 천장까지 책을 쌓는 이유 — 스택트 라이브러리

      TV 없는 거실, 천장까지 책을 쌓는 이유 — 스택트 라이브러리 아파트의 울림 통을 잡는 법: 책과 수공예품이 만드는 오감의 회복 현관문을 닫고 중 문을 닫았는데도 집이 조용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안정이 안되는 경험해보셨지요.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으면 위층에서 콩 콩 걸어 다니는 발소리, 간헐적 옆집 세탁기 탈수 소리도 들리며 내 목소리마저 텅 빈 벽에 부딪혀 둥둥 울리는 느낌마저 듭니다. 콘크리트와 타일로 마감된 우리 아파트는 원래 이렇게 소리를 잘 튕겨내도록 지어져 있습니다.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할수록 소리는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반사되어 돌아오거든요.  문제는 이런 집에 들어갈 때마다 저는 가끔 거실이 작은 '울림 통'처럼 내 쉼을 빼앗아 간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정작 하루 중 가장 편히 쉬어야 할 거실에서 우리를 은근히 지치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요즘 아파트 거실은 넓고 반듯해졌지만, 바닥은 포슬린 타일이나 석재처럼 단단해졌고 벽과 천장은 매끈하게 비워져 마감되어 있습니다. 자연 채광을 위한 유리창은 커졌으며 가구는 줄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정갈하지만, 소리의 입장에서는 흡수할 면보다 튕겨 나갈 면이 더 많아진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은 미니멀 한데 귀는 쉬지 못하는 집이 대부분입니다. 블랙 TV가 차지했던 벽에 책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아파트 거실은 TV 중심이었습니다. 소파는 TV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고, 거실 장은 검은 화면 아래에 낮게 놓였습니다. TV를 보지 않는 시간에도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한 85인치 블랙 스크린은 벽 한가운데 떡 하니 무게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거실 인테리어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TV를 과감하게 없애거나 작은 방으로 옮기고, 그 자리를 천장까지 이어지는 책장으로 바꾸는 집 이 늘고 있습니다.   바로 TV 자리를 책장이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올 화이트의 퇴장—집의 생기를 깨우는 바이오필릭 인테리어

  올 화이트의 퇴장—집의 생기를 깨우는 바이오필릭 인테리어 부모님 집을 바꾸는 일이 곧 내 미래를 설계하는 이유 오랜만에 부모님 댁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요즘은 안전 용품도 차가워 보이는 스틸을 보강한 컬러플 한 제품도 깔끔하게 잘 나온 다지만, 벽면마다 추가된 모던한 안전 손잡이, 욕실에 깔아둔 깔끔한 톤온톤 미끄럼 방지 패드도 자식 된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지내셨으면" 해서 하나 씩 챙겨드린 물건들이죠. 미운 디자인도 아니고 다 필요해서 둔 것들인데, 이상하게 그 물건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날수록 집은 점점 더 '부모님의 오랜 취향이 숨 쉬는 곳'이 아니라 ' 관리가 필요한 돌봄의 공간' 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 공간을 바라보며, 4050 세대인 우리 자신에게도 나직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내 공간을 이렇게 기능 위주로만 채우며 살아야 할까?" 부모님 댁을 조금 더 다정하게 고쳐드리는 일은, 결국 언젠가 내가 살아가게 될 미래 주거의 첫 번째 밑그림을 그리는 일 과 같습니다. 1. 차가운 올 화이트를 대체하는 '바이오필릭 2.0'과 '와비사비' 한동안 우리 집을 지배했던 건  무조건 밝게 만 하는 획일화 된 깨끗하고 완벽한 '올 화이트(All-White)' 인테리어 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깔끔한 화이트 톤과  좀 차가워 보이는 매끈한 인공 자재는, 처음엔 딱 떨어져 보이는 미니멀하게 정돈된 느낌이지만 오래 머무를수록 사람의 오감을 은근히 피로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정갈하기만 한 깔끔함이 오히려 온기를 빼앗아간다는 걸 깨달은 지금, 완벽한 화이트의 시대는 고요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바이오필릭 2.0(Biophilic 2.0)'의 핵심 바이오필릭 디자인(Biophilic Design) 은 흔히 식물을 많이 들이는 인테리어 로...

세월을 작품으로 만드는 홈 갤러리

 세월을 작품으로 만드는 홈 갤러리 지난주에 리모델링을 마친 후배 집 에 놀러 갔었습니다.  바닥과 벽, 가구까지 모두 새것으로 싹 다 바꾸었는데 마치 모델 하우스에 잠시 머무는 것처럼 순간 낯설게 느껴지는 거예요. 새집으로 이사했다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선명하며 새 것일 필요는 없는데 말입니다. 유행하는 모듈 소파와 흠집 하나 없는 깔끔한 테이블은 잘 어울리지만, 정작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취향과 기록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진짜 오래 보고 싶은 집은 비싼 가구만 놓인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 아실 테고요. 여행지에서 사 온 작은 그릇, 오래 읽어 모서리가 닳은 책, 부모님께 물려받은 한 점의 가구처럼 살아온 시간과 하나둘 모아온 취향의 물건들이 새 가구 사이에서 이 집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편안하게 자리 잡은 공간이 질리지 않은 집이라고 생각 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소리와 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의 편안함을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눈을 떴을 때 시선이 닿는 자리마다  나의 취향과 그 집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녹아 드러나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새것만 가득한 낯선 공간 중화 시키는 방법 모든 가구를 같은 시기에 사고, 비슷한 색과 재질로 맞추면 공간은 단정해 보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하게 맞춘 집은 사람의 흔적까지 지워버릴 수 있는 이전의 모델 하우스 같은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인지 실제로 최근 홈 데코 트렌드 리포트 들을 들여다보면, 2026년의 가장 큰 변화는 '차가운 미니멀리즘'에서 '따뜻한 색과 자연 소재,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공간' 으로 전환 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디자인 흐름에서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비어 있는 공간보다 사람이 실제로 지내 온 흔적과 개성이 느껴지는 집 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나치게 정돈된 베치 보다는 살아온 흔적이 전해지는 오래 지닌 사적인 물건들이나 추억이 새겨진 물건을 믹스하는 흐름인 겁 니다. 이런 방식은...

USM이 흔해서 안 샀는데, 5년 뒤에 후회했습니다

USM이 흔해서 안 샀는데, 5년 뒤에 후회했습니다 오리지널 모듈 가구와 카피 제품, 진짜 차이는 시간이 지나야 보입니다 "요새 USM 너무 흔하지 않나요? 인스타만 켜면 다 똑같은 화이트에 철제 가구 라, 저는 좀 다른 거 하고 싶은데요." 몇 년 전, 공간 스타일링을 의뢰한 신혼부부에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제 답은 "네, 사실 좀 지겹죠" 였습니다.  당시 인스타그램을 열면 화이트 벽과 미드 센트리 가구 사이에 열풍이 분 USM 가구가 감초처럼 자주 등장했던 때라 '너무 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남들 다 하는 USM 을 권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 트렌드만을 따르는 걸 좀 피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어쨌든 그 당시 유행하던 가성비 좋은 카피 제품을 권했고,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약 2.3년도 안 돼 경첩은 삐걱거렸고, 수납장 유닛은 조금씩 뒤틀려 문이 닫히지 않았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좋은 가구는 '지금 내 눈에 예쁜 가구'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변화를 10년 동안 버텨줄 수 있는 가구'라는 사실 을 말입니다. 흔하다고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왜 그 제품이 그토록 오래 살아 남았는 지를 먼저 들여다봤어야 했습니다.  오리지널과 카피, 차이는 처음보다 몇 년 뒤에 보입니다 💡 처음 설치했을 때 카피 제품과 오리지널 모듈 가구는 상당히 비슷해 보입니다.  반듯한 프레임과 컬러, 금속 소재가 주는 인상만 놓고 보면 굳이 몇 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당시에는 “비슷해 보이는 그 가구를 이 공간에 꼭 오리지널로 들여야 할까?” 라고 생각했습니 다. 왜냐하면 고객의 전체적으로 예산을 계산 해서 어느 공간에 힘을 주고 빼야 하는 지를 정해야 하는 게 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구의 차이는 새 제품을 바라보는 순간보다 몇 년 동안의 문을 열고 닫고, 물건을 넣고 빼는  생활 빈도수와  이사와 ...

가구, 진짜 필요해서 샀나요? : 지금의 나를 위한 ‘가구 디폴트 값’ 점검법

  가구, 진짜 필요해서 샀나요? : 지금의 나를 위한 ‘가구 디폴트값  점검법 우리는 보통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뒤 남은 빈칸을 채우듯 가구를 들입니다 . 거실에는 당연히 소파와 TV가 있어야 하고, 주방 옆에는 식탁이 있어야 하며, 침대는 벽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가구 배치가 어느새 우리 집의 기본 설정, 즉 ‘디폴트값’ 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집은 ‘지금의 나’를 담는 공간이 아니라, 예전의 내가 저장해 둔 생활 방식을 반복 재생하는 공간이 됩니다. 여러 해 다양한 주거 공간을 스타일링 하며 제가 깨달은 본질은 늘 단순했습니다. 벽을 허물고 최고급 타일을 시공하는 것은 집의 하드웨어를 바꾸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흐르는 삶의 온도와 움직임을 조율하는 것은 우리의 몸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공간의 도구인 '가구' 입니다.  저는 가구를 ‘공간의 표정’​ 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애정 하는 가구에 대한 단상을 얘기해 보려 합니다.  마음이 정착하지 못하니 공간도 ‘임시 저장’ 상태였다 인생이라는 바다에 파도가 없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삶이 영화의 정지 화면처럼 멈춘 것 같은 시기가 찾아오지요. 저 역시 깊은 상실감과 함께 커다란 변곡점(Break point) 에 서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국내외를 반 년씩 오가며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디에도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채 철새처럼 움직였습니다. 머물던 방에서도 캐리어를 전부 풀지도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꺼내 놓고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는 상태로 살았습니다. 마음이 정착하지 못하니 공간도 늘 ‘임시 저장’ 상태 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휑하게 비어버린 마음을 바라보다가 방 안의 가구를 움직여 보기 시작 했습니다. 소파를 창가 쪽으로 밀고, 벽에 붙어 있던 긴 사이드 테이블을 침대 발치로 옮겨보았습니다. 낮은 책장 하나를 움직여 잠자는...

비싸 보이는 공간의 기술

비싸 보이는 공간의 기술  가구의 이름표가 아니라 '시야의 편안함'이 만드는 고급스러움 "수입 가구로 원 없이 도배해도 어수선한 집이 있고, 수수한 가구인데도 왠지 격이 느껴지는 집이 있습니다". 공간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가구의 영수증 금액이 아니라 눈에 거슬리는 지저분한 선들을 반듯하게 맞추고 은은한 조명으로 공간의 깊이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것이 '비싸 보이는 공간의 기술' 입니다. 눈에 거슬리는 선을 맞추고 조도를 낮추어 만든 '시야의 편안함은' 결국 예산의 크기가 아닌 시선 설계, 깊이감, 디테일, 사이즈라는 네 가지 공식 만 알면 이제 한정된 예산으로도 하이엔드 급의 고급스런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 고급스러움을 위한 4단계를 공유합니다. 1단계. 시선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라 : 먼저 '보여줄 것'과 '숨길 것' 을 분리하세요 💡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의 완벽하게 숨겨진 공간 뇌는 공간을 인식할 때 디자인보다 정돈 상태 를 먼저 읽습니다. 호텔 방이 비싸 보이는 진짜 이유 는 럭셔리 브랜드 침구가 아닙니다. 칫솔도, 드라이어도, 충전 케이블 등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 이지요. 일상의 자잘한 살림살이들이 가진 제각각의 형태와 색채를 배경 속으로 완벽하게 감추어, 시선이 머무는 주파수를 단정하게 하나로 묶어두었기 때문 입니다. 보이지 않아야 할 자잘한 생활용품들이 완벽하게 숨겨지도록 설계된 '영리한 수납 구조' 덕분이죠. 그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완벽하게 숨겨진 공간 , 그게 고급스러움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드라마에 주연과 조연이 있듯이 공간에도 똑같이 그 역할이 있습니다. 집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혹은 거실에 들어섰을 때 내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벽면에 은은한 조명이나 단정한 오브제를  딱 하나만 세워두세요. 그리고 나머지 살림살이들이 그 주인공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갈하...

가정식의 종말과 소셜 라운지의 탄생

가정식의 종말과 소셜 라운지의 탄생 40대의 주방이 밀키트 스테이션 이자 홈 바(Bar)가 되어야 하는 이유 2026년 현재, 매 한 끼를 정성스레 짓던 '노동 중심의 주방'은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40대의 주방은 효율적인 밀키트 조리를 지원하는 스마트 조리대  이자, 일과 후 부부가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대화하는 소셜 라운지로 거듭나야 합니다 . 언제나 공간이 달라지면, 저녁 풍경이 달라지고 삶의 밀도도 깊어지는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솔직하게 한번 묻겠습니다. 오늘 저녁 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퇴근 후 밀키트 박스를 뜯고, 인덕션을 켜고, 10분 만에 식탁을 차린 분들, 그거 충분히 잘하신 겁니다. 이젠 집 밥에 대한 죄책감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그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현실이고 사실 꽤 영리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밀키트의 가장 충실한 소비자 가 2030이 아니라 40대 라는 건 이미 업계 공식입니다. 집 밥의 책임은 지고 싶은데 방식은 스마트하게 바꾸고 싶은 세대 , 그 조건에 40대가 가장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거든요.  하얀 쌀밥의 시대는 가고, '스마트 밀키트 스테이션'이 온 까닭 과거의 주방은 큼직한 곰 솥이 끓고 있고, 밥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대 가족의 주방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각자의 커리어로 바쁜 요즘, 40대 맞벌이 부부의 주방 풍경은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주말에 지어둔 밥을 소분해 냉동실에서 꺼내거나, 미리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 셰프의 반찬이나 요리, 퇴근 길에 픽업한 고품질 밀키트를 인덕션과 에어 프라이어로 빠르게 조리 하는 것이 일상 이 되었습니다.   이건 요리를 포기한 게 아니에요. 현명하게  에너지를 배분하는 방향을 바꾼 겁니다 . 사실 밀키트 시장은 잠깐 주춤한 적이 있었지요.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외식이 살아나자 '역시 나가서 먹는 게 낫지'라는 반응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고물가가 다시 판을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