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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던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 40대의 취향 회복

 생존하던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 40대의 취향 회복 


언제부터였을까요.

물건을 고를 때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쓸 만한가, 써도 되는 가를 먼저 따지기 시작한 게. 소파 색깔을 고르다가 "어차피 애가 다 더럽힐 텐데"라며 원하던 패브릭을 포기한 게. 또한 좋아하는 그릇은 서랍 깊숙히 넣어두고, 깨져도 아깝지 않은 것들만 식탁 위에 올려놓기 시작한 게 다반사였습니다. 이렇듯 집안의 모든 선택이 어느 순간부터 기능과 생존의 선택으로만 이루어 진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내 취향은 그사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현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간 전문가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냥 이것저것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그 말 속에 취향이 없는 게 아닙니다. 취향이 유예 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매해 마다 트렌드를 소개하는 "2026년 트렌드 노트 "에서 공간과 취향에 대한 얘기를 좀 풀어보겠습니다.

1. 데이터가 먼저 말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올해 발간된 트렌드 노트(2026)에서 흥미로운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십 년 차 이상 된 부부 관계에서 갈등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나로 살고 있지 않다는 자각" 이었습니다. 

배우자와의 갈등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불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시간이 쌓여 관계에 까지 불협화음의 균열을 내곤 합니다. 그래서 지금 40대가 아날로그 취미에 열광하며 손을 뻗는 도자기 클래스, 필사, 뜨개질, 텃밭 가꾸기, 주말 밴드 연습, 논 디지털 취미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자기 계발의 문법이 지금 바뀌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는 오감의 촉각 행위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주는 회복감을 체감하는 40대가 가장 먼저 알아채고 있습니다. 작고 반복되는 것들에서 만족을 찾는 이유 그것은 불안의 시대를 버티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트렌드 노트는 이것을 단순한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거창한 성공 대신 손에 잡히는 성장, 남에게 보이는 삶 대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영역을 찾아가는 움직임으로 해석합니다. 특히 이 문장을 공간으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취향의 종착지도 결국은 내가 사는 '내 공간'에서 이다. 그 버팀목의 무대가 바로 내 집, 내 공간입니다. 집이 생존의 공간이냐, 회복의 공간이냐, 그 차이가 요즘 40대의 핵심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취향이 펼쳐지는 공간이 결국 집이라는 것입니다.

   💡2026 리빙 트렌드가 정확히 짚어낸 것

2026년 홈 스타일링의 패러다임도 명확하게 이동했습니다. 과시적인 미니멀리즘도, 유행을 따르는 일률적인 스타일도 아닙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첫째, 정서적 웰빙(Emotional Wellbeing)으로 거주자의 개인적 서사와 감정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 
  • 둘째,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Personalized Curation) 으로 공간에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투영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남들이 다 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가 읽히는 공간이 지금 가장 앞선 트렌드 입니다.

40대가 생존형 수납에서 벗어나 취향의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내면의 욕구, 그것은 개인의 감상이 아니라 도도한 시대의 흐름입니다.

2. 덕질이 뜨는 이유, 공간이 답한다

 트렌드 노트 4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논 디지털 취미가 주목 받고, 덕질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가장 나 답게 사는 방식'으로 재정의 되고 있다고 합니다.  

"덕질 한다는 건, 가장 나 답게 산다는 것."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밴드 음악을 파는 사람, 특정 작가의 책을 모으는 사람.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굿즈를 정리하는 선반, 레코드를 꺼낼 수 있는 테이블, 책을 쌓아둘 수 있는 코너. 취향이 생기면 반드시 그것을 담을 공간이 필요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말하는 취향의 편집 숍 입니다. 편집 숍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큐레이션의 문제입니다. 좋아하는 것만 골라 보기 좋게 두는 것, 그 행위 자체가 "이것이 나다"라는 선언입니다.

3. 생존형 공간에서 취향형 공간으로

저는 공간 스타일링을 하면서 4,50대 클라이언트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듣는 문장이 있습니다.

"저는 원래 이런 걸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잊어버렸어요."

결혼하면서, 아이가 생기면서, 일이 바빠지면서 그렇게 취향이 유예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 유예가 10년이 넘어가면 사람들은 자신이 정작 무엇을 좋아하는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공간이 그 답을 줄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책상 위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 권을 두는 것. 선반 한 칸을 내가 모으는 것들로만 채우는 것. 오래 참고 써온 컵을 내가 진짜 원하던 것으로 바꾸는 것, 이 작은 선택이 쌓이면 공간이 다르게 느껴지고, 공간이 달라지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트렌드 노트는 이것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자기 이해는 단단한 나를 만들어준다."

공간은 내 마음 상태의 반영물 입니다. 내가 무엇을 두는가, 무엇을 치우는가, 무엇을 오래 보고 싶은가, 그 선택의 집합이 곧 나이고 나만의 취향입니다. 이제 아래 세 가지의 편집 원칙을 공간에 적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취향 회복을 위한 세 가지 편집 원칙

     첫째, 기능보다 감각을 먼저 묻는다
  • 물건을 고를 때 "쓸 만한가" 전에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가"를 먼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  생존형 선택과 취향형 선택의 차이는 딱 이 질문 하나로 정리됩니다.

     둘째, 한 공간에 한 가지 취향만 허용한다
  • 책상 위, 선반 한 칸, 욕실 한 코너, 구역을 작게 잡을수록 오래 유지됩니다. 
  • 집 전체를 바꾸려 하면 시작도 못합니다. 다만 내가 하루에 가장 많이 시선이 가는, 시선이 머무는  한 곳부터 작게 시작하세요.

     셋째, '참고 쓰던 것'을 하나 씩 교체한다
  • 서랍 안에 오래된 것들을 꺼내보세요.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것, 부서졌지만 버리지 못한 것, 원래 원하던 게 아니었지만 그냥 참고 쓰던 것,
  • 그것들을 하나씩, 서두르지 않고 점차 적으로 교체하는 과정취향 회복의 실체입니다.

4. 공간이 먼저 바뀌면, 내가 따라온다

트렌드 노트 6장은 "불안의 시대, 회복과 위로를 소비한다"고 말합니다. 40대가 소비하는 회복의 형태는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일상의 틈새에서 얻는 위로로 좋아하는 머그잔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 내가 고른 조명 아래서 읽는 책 한 페이지, 그 위로가 쌓이는 곳이 집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내 취향의 발현입니다. 오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하나를 제자리에 두는 것 만으로 소소한 행복을 시작하시길 제안합니다.

맺음말

생존형 공간은 나를 버티게 합니다. 반면 취향의 공간은 나를 회복 시킵니다. 그 차이는 평수가 아니라 생활에 의해 잠식된 내 감각을 얼마나 돌려 놓았느냐에서 나타납니다.

지금 집 안을 한번 둘러보세요. 내가 좋아서 고른 물건이 몇 개나 있나요. 그 숫자가 지금 당신의 취향 회복 지수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다양한 경험이 기록이 되고 자기만의 관점이 시각화 되는 여정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삶의 언어로서 자신만의 취향과 견고한 삶의 콘셉을 만듭니다.

출처 : "2026년 트렌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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